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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로 타락한 영웅들의 이야기

물의용신코코무 2023. 7. 7. 22:31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싸움 속에서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당신이 그 심연을 오랫동안 들여다본다면, 심연 또한 당신을 들여다보게 될 것이다.


Wer mit Ungeheuern kämpft, mag zusehn, daß er nicht dabei zum Ungeheuer wird.

Und wenn du lange in einen Abgrund blickst, blickt der Abgrund auch in dich hinein.

- 프리드리히 니체 『선악의 저편』 中




500년 전 켄리아 전쟁 당시 최전방에서  가장 맹렬히 심연에 맞서 싸우던 영웅들이 있었다.

이나즈마의 치요와 아들 이와쿠라, 키타인
수메르의 청록색 사냥꾼 뷔엘데센트
몬드의 백색기사와 시뇨라
리월의 한 야차까지


모두 다른 삶을 살아왔지만 안타깝게도 그 끝은 같았다고 할 수 있다. 전부 심연에 물들어 이성을 잃고 타락해 가까운 친지에게 죽게 되거나 목숨을 걸고 싸웠다는 역사조차도 잊혀지게 된다.

대부분은 이성을 잃고 날뛰다 친지나 지인의 손에 죽었고 굳건한 이성을 지키고 있더라도  괴물이 된 이후로는 더이상 인간사회에서는 설 자리가 없어지게 된다

비극이 나라마다 꼭 한두명씩은 존재하는걸로 봐선 언젠가 이들의 억울함을 대변할 인물이 나타나지 않을까?


 




이나즈마의 치요

치요는 라이덴의 친구였으며 오니족의 장군이였다

 
귀인 「토라치요」는 기품 있는 소년으로, 우아하지만 강건한 자태와 화려한 용모를 지녔다고 전해진다.

쇼군 휘하의 총애 받던 장군이었던 토라치요는 과거 충심을 다해 그녀를 보필했고, 
깊디깊은 심연에서 온갖 부정한 마물들을 쓰러뜨려 날로 쇠약해져 가던 오니족을 위해 공적을 세웠다고 한다






「번개의 삼파문」의 문양을 지닌 「치요」라고 불리는 오니족 여무사는, 과거 암흑의 세력에 맞서 싸울 때 
호랑이의 몸과 뱀의 꼬리를 한 이질적인 괴수에 삼켜졌다고 한다. 

결국 그녀는 마수의 가슴을 찢어내고 살아남게 된다「토라의 치요」라는 명칭은 이에 유래했다. 
그 후, 이 이름은 점점 간소화되어 나중에는 「토라치요」로 불리게 되었다.


 
 

그러나 심연의 마수의 뱃속에서, 그녀는 죄악의 어두운 빛으로 물들었고,
선홍빛 이빨을 통해 그녀와 함께하던 이들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것을 보았다.

칠흑 같은 경치에 빠져든 그녀는 결국 위대하신 나루카미 쇼군을 향해 검을 뽑아 든다.


 
 
과거 심연과 싸웠던 이들은 칠흑 같은 극화의 꿈을 꾸기 마련이다. 

과거에는 마수에 맞서 싸웠지만, 결국 그들의 일원이 된 사람도 적지는 않다. 
...

세상의 끝자락은 점점 얇고 취약해지고 있다. 
이러한 침식은 어쩌면 일방적인 침식이 아닐지도 모른다
 
 





 

이나즈마의 이와쿠라

 

그는 치요의 아들이였다.
어머니로 인해 가문이 망하자 이곳저곳을 떠돌며 무예를 갈고 닦았고 이후 쇼군을 따라 전쟁에 나서 공을 세우게 된다.
 
결국 심연에 물들어 돌아왔고 오매불망 기다리던 연인, 아사세에 의해 안식을 얻게 되었다

고양이 신사의 콘부마루가 바로 아사세가 이와쿠라에게 붙인 별명이였으며 아사세는 두고두고 죽을때까지 연인을 잊지 못해 괴로워했고 결국 이와쿠라를 떠올리게 만든 아코 도메키를 살리기 위해 뇌조를 봉인한 세이라이섬의 대결계를 풀어 그를 살리고 사망하게 된다.

이름이 여러개인데 콘부마루, 타카네, 검호, 무사, 이와쿠라는 전부 동일인이다


- 비뢰의 고동 -

 

텐구의 시동(侍童)으로 거둬졌지만, 유일무이하고 귀한 궁을 따냈다.

「이번에는 너랑 내기를 하자, 어때? 음—— 이 활을 걸지.」

「천하에서 가장 좋은 활을 걸지. 내가 살아서 여기로 돌아올 거라고.」

「이건 여기에 두겠다.  나 타카네가 지면, 이 활은 네 것이다.」

「아사세 너는 아류 궁술을 전수받았으니, 잘 사용할 수 있겠지.」

「하지만, 내가 이긴다면…」



먼바다에서 재난이 몰려오는 시절, 무사와 잘난 체하는 무녀가 서로 내기를 했다.
심연에서 살아 돌아오는 기회와 쇼군이 하사한 명궁을 도박판에 걸었다.

...

칠흑의 더러운 독이 대지에 가라앉고, 다시 평온해질 때, 검호는 돌아오지 않았다.

도박판 승리의 결과로, 쇼군이 하사한 명궁은 무녀의 손에 들어갔다.

...
 
 

아사세 히비키; 시메카자리 성유물의 주인공, 아사세 신사의 무녀이자 네코의 친구

 
 

후에 다시 만나기로 한 약속의 장소에서,
심연에서 홀로 비틀비틀 돌아온 자는,  이제 젊지 않은 무녀와 재회했다.

피눈물이 마른 칠흑의 눈동자는 다시 빛을 찾았지만,
형형하게 위력을 과시하는 화살에 꿰뚫어졌다.

 
 
 


그리고 연인을 그리워하다 죽게된 아사세와 그런 아사세 히비키를 고양이 신사의 네코가 언제까지나 기다리고 있다는 이야기..









 

수메르의 뷔엘데센트

 

「언젠가, 드넓은 사냥터에서 우리는 다시 만날 거야」




칠흑의 야수떼를 쫓는 사냥꾼,
그녀의 사냥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지.

끝없는 추적 끝에 시간과 세월의 흐름을 잊게 되었으며, 
그녀에게 약속했던 끝없는 사냥터마저 잊게 됐지

처음에 그녀를 발견하고, 하얀 나뭇가지를 활로 만들어줬던

칠흑의 야수의 길로 그녀를 인도했던 눈먼 소년도
사냥에 몰두하면서 점점 잊혔지.
...

「피로 물든 자는 영원히 저편의 끝없는 푸른 사냥터를 찾을 수 없어.」

「아뇨, 사부님. 이 맹수들이 날뛰는 세상이야말로 제 사냥터인 것 같아요…」

...


사냥꾼은 달빛이 환하게 비추는 맑은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나서야

자신 또한 야수로 변해버렸다는 걸 깨달았어.
...

 
 
 
야수가 남긴 길을 따라가던 흑기사와 그의 검이 물의 잔영에 비쳤고,
이내 당황한 그녀를 찾아냈지….


「소멸되어야 할 또 한 마리의 마수가 물에 비친 달에 사로잡혔을 뿐이야.」

「이상하네. 잠깐이었지만 숲에서 길을 잃은 소녀인 줄 알았으니…」


「계속 서쪽으로 가야겠군.
정의를 위해… 인간을 야수로 왜곡시킨 죄를 속죄하기 위해」

 
 
 


몬드의 백색 기사

 

분쟁과 살상을 갈망하는 칠흑 장검. 사람을 피비린내 나는 전투에 극도로 미치도록 만든다고 한다

 

결국 원래 순결했던 사람도 검붉은 피에 물들게 된다…
...

 

순수하고 고결한 기사, 영원히 정의의 길을 갈구한다.

기사는 눈부신 은 갑옷에 거울처럼 반짝거리는 장검을 차고 있다.

불의한 일이 생기면, 식인 마수가 나타나면, 먼 곳에서 불꽃이 일어나며, 기사가 달려온다.
 
 
 

먼저 가르고 그다음은 베고 마지막엔 찌른다.

그에게 기사도와 정의, 검술을 가르친 「어린 늑대」의 훈계에 따라, 가르고 베고 찌른다.

그 후 처음부터 다시 가르고… 정의가 실천될 때까지, 마물이 움직이지 않을 때까지.
 
 

「언제부터인지 점점 가르고 찌르고 베는 느낌에 빠져든다」
「검끝이 피와 살과 교차될 때 척추에 전류가 흐르는 듯하다」

「아하, 어쩌면 이게 정의가 펼쳐지는 느낌인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가르고 찌르고 베기만 하면 왜곡된 세상의 죄는」
「언젠가, 언젠가 깨끗해질 수 있을 거야」

...

「기사, 정의라는 이름의 살육자도 살육자이지」
 
「틀렸어. 정의를 위한 살육자이니 이건 정의야」

첫째, 가르고, 둘째, 베고, 셋째, 찌르고, 이렇게 정의를 행하렴!

...



소녀가 네게 바친 하얀 꽃이 피에 검붉게 물들고,
검이 더 이상 빛을 발하지 않는다고 해도,
준수한 얼굴이 일그러져서 철 가면으로 가려야만 해도,
너의 보호를 받는 평범한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도,

절대 멈추지 마!

...


검붉게 물든 기사는 정의를 실행하는 여정 중에 마물의 종적을 따라가다가 멸망한 고대 국가를 찾아낸다.
거기에서 그는 결국 엄청난 불의를 발견한다…





...

떠돌이 기사가 처음으로 마물을 처치하고, 어려움에 빠진 미녀를 구했을 때
그는 사례를 거절하고, 대신 소녀에게서 흰 꽃을 받았다.

「기사의 유일한 보수는 바로 기사도를 실천하는 것이다」
「나에게 상으로 이 꽃이면 충분해」

...


기사가 백 번째 마물을 처치하고, 재난을 당한 사람에게 손을 내밀자
그녀는 오히려 소리를 지르면서 그를 밀쳤다.

피에 물든 기사는 그제서야 알게 된다.

그의 얼굴은 이미 끝없는 전투를 통해 자신과 적들의 피에 물들었다는 것을…
그의 얼굴은 오랜 싸움 속에서 마물보다 훨씬 더 흉악하게 변해버렸다.
...



「그럼 이 철 가면이 내 얼굴을 대신하도록 해야겠어」
 

「내 기사도에 의해 지켜질 사람은」

「혈전 때문에 가증스럽게 변한 내 얼굴을 쳐다보지 않아도 돼」
...

마지막에 피투성이가 된 기사는 자신의 몸에서 풍기는 피비린내가,
적이 흘린 것인지, 아니면 자기가 흘린 것인지 구별할 수조차도 없었다.
 
 


그는 마침내 오랜 싸움에서 자신의 기사도가 과거 순백하던 기사를,

마물과 같은 악귀로 만들었다는 걸 깨닫게 된다.

 
 


이건 피로 물든 기사의 마지막 이야기다.

이때부터 그는 세속에서 벗어났다.

피에 물들어 검게 변한 기사는 지상에는 더 이상 자신의 자리가 없다는 걸 깨닫고, 멸망된 고대 국가의 깊은 곳에 들어가 마물과 싸우다 죽기로 결정한다.
...


세계의 끝에서 그는 고대 국가의 종말과 마물의 기원에 대한 이야기를 알게 된다.

「위대한 고대 국가는 불의의 징벌을 받아」

「국민들이 괴물로 변하게 되었다」

「나의 기사도는 이런 불공평함을 용납할 수 없어」

「그 이름이 심연이라면, 나는 심연에 충성을 바칠 것이리」




 

몬드의 시뇨라

 

「나는 애가를 거부한다. 애원을, 비탄을, 무의미한 그 모든 소란을 거부한다. 만약 정의가 사라졌다면 누구에게 구원을 청해야 하는 것인가?」

 
그녀가 고향에 돌아왔을 땐 그녀에게 시계를 선물한 사람은 이미 재앙에 먹혔었다.

소녀의 시간은 거기서 멈추고 화염의 마녀의 파멸이 시작되었다.

세상의 모든 마물과 그들이 주는 고통이 모두 다 타버릴 때까지…

연기와 잿불 속에서 화염의 마녀가 탄생해 불로 모든 상처를 날려버렸다.




...

지옥불로 가득한 길을 선택했기에, 그녀가 걸었던 들판은 오직 잿더미만 남아있다.


비록 그녀가 불태운 것이 모두 사람을 해치는 마물일지라도 먼 곳에서 화광이 번뜩일 때면
사람들은 문을 걸어 잠그고 화염의 마녀를 쫓아냈다.

그러나 그녀는 이를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는 누군가가 모든 상처를 태워버려야만 새로운 희망을 가져다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난 깨달았다.
견고한 얼음으로 내 지워져버린 과거를 대신해 불을 끄자.
까만 때와 세상의 아픔, 속죄하는 인간과 짐승을 침묵의 얼음으로 정화시키자.

 


그렇다 해도 창백하고 순결한 화염은 여전히 그녀의 가슴속에서 활활 타오르고 있다…

「나와 당신, 당신의 여왕이 노리는 목표는 같아요」

「이 세상을 왜곡시킨 근원인 어리석은 신들과 더럽고 칠흑 같은 심연을 정화시키는 것이죠」

「좋습니다. 뭘 하든 괜찮아요. 날 우리의 목적을 이루는 도구가 되게 해줘요」
 

 

난 흰 옷을 입고 있지만,
내 몸은 씻어낼 수 없는 유해들의 기름과 재로 물들어 있으니까요

 




결국 심연과 싸우던 영웅들의 말로는 한때 순수하고 무구하던 존재에서 심연에 물들어버려 같은 괴물이 되는것이였다. 대부분은 가엾이 여긴 지인들에게 죽거나 토벌당하는 비극적인 운명을 맞이했고 이중에 살아남은건 백색기사 한명 뿐인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