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풍이 오래되고 황량한 변방에 새로운 기회와 문명을 가져다주었다.
거목이 쓰러진 자리엔 크고 작은 도시와 항구, 공장이 들어섰다.
그러나 차르왕의 측근들만이 눈앞의 급격한 번영이 전부가 아니며
요정들의 군왕이 달 아래의 질서에서는 용납될 수 없는 반역을 계획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차르 폐하는 기개와 야망이 너무 작아」
「그는 자애라는 족쇄로 땅에 묶여, 단 한 번도 별을 올려다보지 않았어」
「그토록 위대한 힘을 가지고도, 달 아래 생명들의 왕이 되는 것에 만족한다니」
「그는 진정하고 영원한 낙원은 하늘의 장막 밖에 있다는 걸 모르고 있는 거야」
차르 폐하의 칙사로서, 요승이 노드크라이에 모습을 드러낸 건, 은밀한 임무를 위해서였다.
이 땅에 숨겨진 보물을 손에 넣을 수 있다면, 대지를 뒤엎을 힘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그가 힘을 찾는 이유는 세상을 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을 자신의 장작으로 삼기 위해서였다.
「보아라, 이 어리석고 짧은 수명을 가진 평범한 것들을. 빠르게 망가지는 허황된 세계처럼 구제 불능이지 않느냐」
「오직 나처럼, 지고한 은혜의 선택을 받은 자만이 존재할 의미가 있는 법이지」
「끝없는 윤회에 빠지는 것보다, 위대한 업적을 위해 희생하고 해탈을 얻는 편이 낫지 않은가?」
「리드·밀러, 사소한 감상은 버려라. 우린 운명의 선택을 받은 자이니」
「나를 따라라. 세계의 파멸은 정해져 있고, 우리는 하늘의 껍질을 뚫고 날아오를 것이다!」
스네즈나야 궁전의 회랑에서는 연회와 음악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요정 귀족들은 사치를 즐겼고, 연회를 가장 중요한 일로 여겼다.
누군가 보석처럼 단단한 마음을 가졌더라도, 그 향기로운 술에 결국 녹아버렸을 것이다.
심지어 국가의 크고 작은 정무조차 대부분 취기와 함께 결정되었다.
귀족들 사이에서 비밀리에 「요승」이라 불리는 로트왕 교수는, 요즘 궁정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이다.
심오한 연금술과 점성술로 차르왕의 총애를 받은 것은 물론
늘 재미있으면서도 의미심장한 격언을 읊어, 사람들을 웃게 만들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진정으로 귀족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건, 그를 둘러싼 수많은 전설이었다.
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포티오스 대공은 질투심에 사로잡혀 이 귀찮은 야생 여우를 제거하려 했고
최고급 불의 물을 독약으로 바꿨으나, 교수는 오히려 기꺼이 받아들였다고 한다.
결국 독을 쓴 대공 본인이 그 독에 쓰러져, 요승의 열렬한 추종자가 되었다.
또, 요정 중 변신을 가장 잘하는 필리포프가 공개적으로 교수의 연구를 사기라고 조롱했지만
요승은 미소만 지은 채,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그가 그리워하던 죽은 아내의 혼령을 불러냈다고 한다.
이 모든 이야기는 연회의 단골 화젯거리였지만, 정작 교수 본인은 그 진위에 대해 입을 열지 않았다.
어쩌면 이야기들의 진실 따윈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 모든 건 그저 춤과 노래 사이에 흥을 돋우는 조미료일 뿐이니까.
귀족들에게는, 뿌리가 없는 이방인이 더 믿음직스러울지도 모른다.
게다가 사소하고 귀찮은 문제까지 처리해 줄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하지만 연극 속 인물이 어떻게 비극적인 결말이 머지않았음을 알 수 있겠는가?
칠흑의 재앙이 아직 각국을 휩쓸기 전
사람들은 마지막 황금의 시대를 누리고 있었다.
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박학다식한 한 학자가 오랜 세월 여러 나라를 떠돌았다고 한다.
이미 명론파의 기록과 북대륙의 장서를 섭렵한 그는
가장 오래된 기록에서도 자신이 찾는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것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기적과도 같은 칠흑 낙원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알려진 세계의 모든 구석을 누볐지만, 개척되지 않은 황량한 땅만은 예외였다.
그곳은 노드크라이라 불리는 북국의 변방 마을로, 몇 해 전에야 스네즈나야의 차르가 개척을 명령했다.
거기엔 명성이 자자한 학자도, 오래된 문명이 존재했던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여기가 마지막이구나, 내 무의미한 삶이여」
출발 전에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희망이 없다 해도, 여기서 포기할 순 없어」
어쩌면 그의 염원이 마침내 주목을 받게 된 걸까? 그는 갈구하던 진리를 다시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번엔 마침내 칠흑 낙원으로 이어지는 깊은 죄의 길을 발견했다.
이제 그가 해야 할 일은, 수많은 꿈속에서 반짝였던 그 문을 직접 여는 것뿐이다.
무슨 수를 쓰더라도,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반드시…
신분의 속박을 뛰어넘는 행동은 군왕을 멸시하는 죄악이며
금단의 지식을 엿보는 행위는 절대로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라우스방기는 항변하지 않았다.
그의 마음엔 이미 그 빛 이외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곧 재판정의 판결이 내려졌고, 학자는 심비원에서 추방당했으며 유배형을 선고받았다.
유배라곤 하나, 조상 대대로 이방인이었던 그에게 그것은 사실상 사형보다 더 두려운 형벌이었다.
신을 배반한 자에게 내려지는 고대의 저주는 그가 지상에 발을 들이는 순간 그를 쫓아올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런 형벌은 왕국의 고귀한 이상을 저버린 행위로, 지하 왕국이 타락해 간다는 확실한 증거였다.
하지만 왕의 명을 거스를 수는 없었고, 무엇보다 낙원의 깊은 풍경을 본 후로는 더는 견딜 수 없게 되었다.
「소멸하라, 무익한 삶이여. 적어도 그 순간 너는 진실을 보았으니」
그러나 라우스방기가 마침내 동굴 밖으로 나와 진짜 햇빛을 맞이한 그때
동행한 사람들은 괴로움에 비명을 질렀지만, 정작 그에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 순간, 마치 하늘의 위대한 존재가 그 앞에 나타난 것 같았다.
그 존재는 무수한 중생 속에서 그를 선택해, 어둠의 은혜를 내렸다.
그토록 축복받았고, 그토록 슬펐기에, 그는 마침내 자신의 사명을 깨달았다.
「불꽃은 세상을 밝히고, 또 그것을 불태운다」
「그리고 나의 운명은, 불을 향해 날아드는 불나방 같으리라」
그건 죄인들이 아직 큰 죄를 짓지 않았던 시절,
지하에 지어진 속세의 왕국의 깊은 곳이었다.
그 왕국의 사람들은 바다를 본 적도, 진짜 태양을 본 적도 없었다.
하지만 그런 어둠의 땅에서도, 누군가는 뭇별의 비밀을 엿보려 했다.
다만 그들은 밤하늘을 올려다보지 않고, 거울에 비친 거짓 그림자 속에서 진실을 찾으려 했다.
지리적 특수함 때문인지, 왕국 내부에 비치는 천문도에는 이상 현상이 자주 포착되었다.
점성술 학자들은 이를 기록하며, 진실을 갈망한다는 의미에서 「진실을 갈망하는 기상」이라 불렀다.
「거울에 비친 것이 거짓 환영에 불과할지라도, 환영을 뚫고 나아가야만 진실에 도달할 수 있다」
끝없이 이어진 성위표를 더듬다 보니, 점성술 학자들도 자연스럽게 그런 생각을 품게 되었지만
그때의 철학자들은 그들이 이미 영원하고 무한한 마천의 일각을 엿봤다는 것은 알지 못했다.
몇 년이나 흘렀을까. 지상의 신들이 하나둘 몰락하고, 붉은 달 대신 검은 태양이 떠올랐을 때.
누군가는 그 깊은 죄의 비밀을 알아차렸고, 별하늘을 바라보는 것조차 금단의 지식이 되었다.
지금 왕국에는 금지령을 어기는 특권을 누릴 수 있는 자가 극소수 존재하는데, 그들은 외눈박이 군왕을 위해 봉사하는 자들이다.
하지만 예외는 언제나 존재하는 법. 무지한 수도승이 진실을 불태우는 거울을 가리고 있던 먼지를 닦아내는 순간
깊은 시야를 감싸고 있던 기묘한 천광이 좁은 별 관측실을 다시 비췄다.
칠흑 같은 낙원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얼마나 찬란한지, 또 얼마나… 신성을 모독하는 것인지.
그저 한 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젊은 라우스방기의 마음과 갈망을 송두리째 집어삼켜졌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훗날 하늘 밖의 심연을 찬미하는 요승의 모든 이야기와 죄의 시작이었다…
그건 서리의 색을 닮은 부드러운 빛이 이미 은거울처럼 부서져 버리고, 새로운 달마저 떠오르지 않던 시절이었다.
신이 내려준 오래된 축복은, 결국 툰드라 위의 성화처럼 점차 희미해졌고
하늘 높이 떠 있던 달과 함께 사라지며, 달이 되지 못한 대지도 메말라가기 시작했다.
과거 기이한 일들을 행했던 이들의 위대한 업적은 희미한 찬송가가 되었고, 찬송가는 이내 사람들의 의혹이 되었다.
가장 순수한 혈통을 지닌 선택받은 성녀일지라도, 달이 없는 부패한 밤에는
그녀의 선조들처럼 흐르는 빛을 잡아 세상을 뒤흔드는 노래로 만들 수는 없었다.
극북의 선조들이 과거에 어떻게 신을 향해 영원한 충성을 맹세했든
그 후손인 달 아래 세계에 사는 인간들의 생명은 결국 불꽃처럼 유한한 것.
과거, 성녀와 제사장이 신의 은혜를 대행하던 모습을 지켜볼 수 있던 시대에는
사람들은 여전히 새로운 달이 언젠가 부서진 빛 속에서 다시 떠오를 거라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 은총마저 사라지고, 아무도 신의 기적을 목도할 수 없는 시대에 이르자
신앙과 거짓말 사이의 경계는 새벽안개처럼 희미해졌다.
오늘날 달을 읊는 사자의 뿔은 멸망의 시기에 서리달이 내린 은혜라고 전해진다.
은나무가 부러진 뒤, 더는 흰 가지를 구할 수 없게 된 사제들이 필사적으로 새로운 관을 원했고
달의 여주인은 그들을 가엽게 여겨, 티 없는 달빛으로 성스러운 관을 엮어 주었다.
그리하여 최후의 제사장은 순수하고 차가운 철로 그녀의 머리 장식을 만들었다.
그때까지는 아직 소녀였던 로비아, 단 한 번도 달빛의 축복을 본 적이 없던 사제 로비아는
자신마저 속일 수 있는 거짓말로 흩어진 신도들을 다시 모으려는 꿈을 꿨다.
수십 년 뒤, 그 거짓된 뿔이 불결한 핏속에 떨어졌을 때, 그녀의 눈동자에 비친 것은
여전히 순결한 달빛이 아니라, 자신의 그림자에 완전히 삼켜진 차가운 밤이었다.
그건 서리의 색을 닮은 부드러운 빛이 이미 은거울처럼 부서져 버리고, 새로운 달마저 떠오르지 않던 시절이었다.
극북의 유민들은 더이상 높은 하늘의 계시를 듣지 못했으며, 지난날처럼 성난 불길 속에 불타 사라져 버렸다.
황금성의 성인이 그들 조상에게 보여준 기물을 다시 단조 하는 방법을 아는 이는 아무도 없었지만
망명자의 야망과 인간의 야망은 언제나 신들보다 더 고집스러운 법.
만약 하룻밤 사이에 아득한 빙해에서 수천 평의 옥토를 개간할 수 있는 신성한 상자를 잃어버렸다면
그렇다면 들소를 밭고랑에 몰아넣고, 불과 호미 그리고 낫으로 이끼 덮인 툰드라를 한 치씩 정복해야 한다.
만약 신을 쏘아 떨어뜨릴 수 있는, 거짓된 하늘의 장막조차 함께 꿰뚫을 수 있는 화살을 잃었다면
그렇다면 쟁기를 도검으로, 호미와 낫을 창으로, 피를 등불로 삼아 어둠을 몰아내야 한다.
만약 천사 중 가장 고귀한 존재가 내려준 창생의 권능마저 끊어져 버렸다면
그렇다면 가장 투박하고 원시적인 방법인, 율법으로 수백 세대의 번식을 통제해야 한다.
재앙과 유랑으로 점차 희미해진 혈통이 결국 가장 성스러운 씨앗으로 정화될 때까지.
언젠가 인간의 자손 가운데, 세계와 융합된 완전한 생명이 태어나는 그날까지.
중생의 인내와 결의는 결국 모든 재난을 이겨내리라——적어도 그들은 그렇게 믿었다.
민족의 미래를 설계하는 자들은, 그들이 멸시하는 고통을 직접 겪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켄리아 귀족의 우두머리여, 붉은 달의 그림자가 심연의 하늘에 떨어졌으니, 네 혈통도 반쪽짜리가 되었구나」
「우리를 이끄는 선하고 인자한 주인이시어, 아직도 인간의 자식들을 불쌍히 여기신다면 이 술잔을 들이키십시오」
칠흑의 태양이 대지를 비추기 전, 고대 존귀한 일족이 광활한 왕국을 통치하고 있었다.
집요한 제사장은 왕좌에 앉은 아둔한 왕으로 하여금, 높은 하늘 위에 있는 붉은 달의 잔해가 바로 만상의 지배자라는 것을 믿게 했다.
달빛은 인간의 피와 살 아래에 흐르기에, 심연 속에 숨어있던 칠흑도 붉은 달이 되어 솟아나기 때문이다.
「이 순결한 달빛을 마시거라. 나의 사랑하는 아이야, 내가 가장 아끼는 아이야」
「이 빛이 너희의 피와 살이 되게 하거라. 그래야 너희도 신의 은혜를 받을 수 있을 테니」
「황금성의 성인이 쓴 술을 마셔, 사랑하는 동포에게 자유를 쟁취해 주었듯」
「너희도 이 고통스러운 영광을 기꺼이 받아들여야 한다. 고통은 결국 완벽함을 낳을 테니까」
오래된 은잔에 가득 담긴 것이 무엇이었는지, 그 시절의 두 사람은 이미 구별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자애롭고 온화한 할머니가 그렇게 말했으니, 그것은 분명 신의 뜻이었으리라.
그래, 그래. 모든 것은 완벽함을 위한 것이고, 모든 것은 천 년의 비극적인 염원을 이루기 위한 것이다.
예언이 허락한 낙원과 세계에 강림할 왕을 위해선, 먼저 불결함과 고난을 넘어야 한다…
그건 서리의 색을 닮은 부드러운 빛이 이미 은거울처럼 부서져 버리고, 새로운 달마저 떠오르지 않던 시절이었다.
멸망의 시기 이후로 수많은 세대를 거쳐 이어진 계획은, 마침내 완성의 순간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천 년 동안 정화된 혈통이, 마침내 예언된 낙원에 군림할 성스러운 후계자를 낳았다.
높은 하늘의 거짓된 일곱 겹의 빛은 그녀의 발 앞에 엎드리고, 대지 또한 그녀를 따를 것이며,
그녀는 세계와 합쳐져 하나의 원천이 되고, 다시 시작되는 위대한 업적을 주조해 낼지니.
이것이 바로 극북의 딸들이 계승한 지극히 성스러운 사명이었다. 본래 그래야만 했고, 본래 그래야만 했다.
그 신성한 후계자를 탄생시켜야 하는 소녀가 눈이 오는 달 없는 밤, 북국의 소년과 만나
겨울처럼 맑은 그의 눈동자 속에서 처음으로 투영된 자신의 모습을 보기 전까지는.
가슴속 낯선 떨림을 좇아, 성녀는 외부에서 온 젊은 사관을 위해 사명을 저버렸다.
피로 물든 뿔을 톱으로 잘라내, 사랑이라는 악한 감정을 빌려 눈보라 속 진흙 속에 내던져 버렸다.
종족을 배신한 타락한 그녀는 결국 운명처럼 주어졌던 사명을 다하지 못했다.
요승의 밀정에게 쫓기다 결국 그녀가 사랑해야만 하는 고향으로 호송되기 직전
발치에 쓰러진 사관과 그의 몸을 덮은 선혈을 바라보며, 그녀는 단검을 자신의 목에 가져다 댔다.
그렇게 신성한 후계자를 탄생시키지 못하고, 땅에 묻혀버린 그 여인은 예언의 실현을 지연시켰다.
다행히도 역대 족장들은 축복을 받은 성녀가 요절하는 경우를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었다.
당시 제사장이었던 로비아는 곧바로 방계 혈통에서 대용품을 뽑았으나
그 대용품이 낳은 쌍둥이 자매는 성녀와 비교했을 때 한참 부족했다.
어쩌면 다시 그렇게 순결한 아이가 태어나기까지 수백 년이 더 걸릴지도 모른다.
한때 손에 넣을 수 있었던 업적이 차가운 겨울밤 이슬처럼 흩어져 버린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뿔을 가진 제사장은 광기와 집착 속에서 섬뜩한 음모를 꾸몄다.
그녀들이 순결하지 못해, 연약한 육신이 순결한 달빛을 감당할 수 없다면
모든 이들의 ██에 미약하지만, 서리달의 주인이 내린 축복이 평등하게 흐르고 있다면
그래서 ███로 그녀들의 ██ 씻어낼 수 있다면, 수세대를 걸쳐 천풍이 불기를 기다릴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그리하여, 순결한 달빛의 이름 아래, 제사를 주관하는 자는 용서받을 수 없는
서리달의 여주인이 목격했다면 신성모독이라 몸서리쳤을 그 극악무도한 죄를 저질렀다…
그건 서리의 색을 닮은 부드러운 빛이 이미 은거울처럼 부서져 버리고, 새로운 달마저 떠오르지 않던 시절이었다.
이는 본래 축복받을 운명이 아니었던, 불완전한 존재라 불리며 태어난 자매의 이야기다.
달빛은 이방인의 유폐된 성소 안에서도, 연약한 영혼들이 하나의 숨결을 나누게 했고
본래 환희로 가득해야 할 고통의 틈바구니에서도 서로 의지하며, 하찮은 온기를 나누게 했다.
부모의 얼굴을 본 적도, 바람이 푸른 숲을 스치는 속삭임을 들어본 적도 없었다.
그들에게 남은 건 오직 할머니뿐(로비아). 세계의 모습은 빛바랜 옛이야기 책 속에만 존재했다.
누렇게 바랜 책장 속에는, 그들이 한 번도 본 적 없는 하늘과 대지가 그려져 있었다.
그림책 속을 유유히 날던 흰 새는, 티 없는 달빛 아래서 순결한 날개를 펼치고 있었다.
동화 속 자유로운 생명체를 동경한 두 어린 소녀는 그때 서로 약속했다.
언젠가 꼭, 흰 새처럼 함께 더 넓은 하늘을 향해 날아가자고.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서로의 곁에 있었던 건 우리 둘뿐이니까」
「이곳을 떠나는 날이 오면, 그때도 우리 서로 기대며 살아가자」
오랜 세월이 흐른 후, 그들 중 한 명은 그 약속을 저버리고 홀로 먼 곳으로 떠났다.
그것은 이야기 속 맑은 하늘로의 도피가 아니라, 더 깊고 어두운 밤 속으로의 침몰이었다.
그녀와 함께 떠나간 것은, 반만 남은 꿈과, 함께 짊어지던 고통의 절반이었다.
훗날 최초의 달을 읊는 사자로 추앙받게 될 아일라는 그 순가부터 두 배의 고통을 견뎌야만 했다.
「결국 너도 거짓말을 하고 있었구나… 내가 유일하게 믿었던, 나의 사랑하는 언니」
「그래도 미워하진 않을게… 왜냐하면 바깥세상의 하늘에 대한 기대는 이미 사라져 버렸거든」
그건 서리의 색을 닮은 부드러운 빛이 아직 은거울처럼 부서지기 전, 황금 나라가 이미 몰락한 시절이었다.
하룻밤 사이에, 찬란했던 황금탑은 무화과나무처럼 쓰러졌다. 신성한 성에서 고대 도시까지
극북의 얼음 벌판 위, 생명이 깃든 모든 성이 짙푸른 수정의 못에 파괴되었다.
찬양받던 성인도, 최초의 신의 사자도 그 재앙 이후로 자취를 감추었다.
각 성에서 멀리 떨어진 덕에 가까스로 살아남은 자들마저, 눈보라 속에 웅크려
황폐하고 음침한 어둠 속에서 멸망의 종말을 기다릴 뿐이었다. 그들에게는 더 이상 돌아갈 곳이 없었다.
이것이 바로 훗날의 찬송가에서 말하는 멸망의 시기다. 과거의 번영은 눈처럼 무너져 내렸고
애원과 외침, 저주와 욕설에도 신들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긴 밤의 절망 속, 오직 높은 하늘의 지배자 한 명만이 인간들의 고통에 눈물을 흘렸는데
그녀가 바로 서리달의 여주인이자, 하늘 마차와 빛의 군왕이며, 세계와 같은 근원을 가진 대행자였다.
그녀는 연민 때문에, 그리고 그보다 더 은밀한 소원 때문에, 생존자들의 기도에 응답했다.
전설에 따르면, 그녀는 은백의 빛으로 실을 뽑아 유랑하는 이들을 설원에서 벗어나게 했고
그리움이 가득 담긴 눈물은 극북의 동토에 떨어져, 얼음바람 속에서 영원히 지지 않는 은방울꽃이 되었다.
그래서, 휘페르보레아의 자손들은 스스로를 「서리달 아이」라 칭하게 되었다.
의도와 무관하게, 그것은 분명 사람들에게 새 생명을 내려준 신의 이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