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을 엮는 거울
순결한 백은으로 만든 거울. 달의 소녀 탄생을 비췄다는 전설로 인해, 서리달 아이의 가장 귀한 성물이 되었다
「『영원달』이 떨어졌을 때, 천지가 뒤집혔다」
「『무지개달』이 부서졌을 때, 붉은 그림자가 심해 아래로 가라앉았다」
「『서리달』이 멈추었을 때, 열국이 무너져 내렸다」
「『영원』의 가호를 잃은 세계는 종말을 향해 가리라」
「『낙원』이 강림하고, 원초의 물레가 다시 돌아갈 때까지」
오래된 예언시에 따라, 황금성의 후예들은 황량하고 엄숙한 툰드라에 세속과 멀리 떨어진 성당을 세웠다.
천 년의 달빛이 서리처럼 하얀 숲 사이를 조용히 흐르고, 극북의 후예들은 여전히 오래된 제례와 신앙을 지킨다.
그들은 무결한 은으로 창색의 관을 만들고 가장 순결한 제사장을 뽑아 모두가 나아갈 길을 안내하게 했다.
옛날처럼, 이미 사라진 신에게 기도를 바치고, 더 이상 응답하지 않는 높은 하늘을 향해 찬가를 바쳤다.
외부인의 시선으로 본다면, 이 무의미한 의식은 그저 고루한 자들의 우매함으로 여겨지겠지만
오직 전해 내려온 그 찬송가만이, 천 년 전의 그 제례만이 길 잃은 자들의 휘장이 되어줄 수 있었다.
운명의 물레는 부식되었고, 은빛 실도 점차 빛을 잃어 갔기에, 예언의 염원만으로 사람들에게 희망을 가져다줄 수는 없었다.
「누가 죽은 신을 경배하겠는가? 누가 허황된 환상을 위해 희망 없는 고통을 감내하겠는가?」
대지 깊숙이 사라져 버린 무수한 시대들처럼, 어리석은 사람들은 언제나 확실한 인도를 갈망했다.
그 때문에 이방인들에게는 알려진 적조차 없는 의례들이 외부 세계를 차단하는 높은 장벽을 쌓아 올렸다.
천 년 동안 그래왔고, 천 년 후에도 그러해야 한다. 고대의 예언에 약속된 낙원이 도래할 때까지.
무수한 세대를 거쳐 담금질 된 순결한 혈통이 마침내 온 세상을 무릎 꿇릴 신성한 후계자를 탄생시킬 그날까지.
거짓이든 죄든 그날이 되어야만 용서받고 찬송 받을 수 있으리라. 그 모든 것 또한 달 아래 순결한 낙원을 위한 것이기에——
그 후의 이야기는, 이제 더 이상 외부인을 거부하지 않는 서리달 아이가 전하는 성스러운 행보로 이어진다.
최초의 달을 읊는 사자, 은혜를 받은 성인, 신의 강림을 지켜본 순결한 자, 그 이름은 아일라로
후세에 전해지는 이야기 속에서 그녀는 새로운 달의 탄생을 예견했고, 계시에 따라 오래된 제례를 폐기하기로 결심한다.
「태어날 때부터 축복의 선택을 받은 자로, 달 아래 세계의 무수한 오염에 물든 적 없는 경건한 이다」
「그녀는 물레의 침묵과 은실의 절망을 보았다. 천 년 동안 변하지 않은 찬송가는 결국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사라진 빛은 이 황량한 변방을 한 번도 긍휼히 여긴 적 없으니, 오직 곧 태어날 새로운 달만이 진정한 희망을 가져올 수 있다」
「극북의 마지막 제사장조차 아일라의 신앙심을 존중하여, 한 점 거리낌 없이 그녀 앞에서 마음을 열었으니」
「진심 어린 마음으로 사람들을 인도하는 권한을 그녀에게 맡기고, 그녀의 손으로 직접 오래된 성소를 봉인하게 했다」
묻어버려라. 망령이 되어버린 칭호와, 무의미한 과거를 버리고, 새로 태어날 신의 강림을 기다려라」
그리하여 세상에는 더 이상 휘페르보레아의 제사장이 존재하지 않게 되었고, 오직 달을 읊는 사자만이 순결한 빛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
수많은 달이 떠오르고 다시 저물었다. 낙원을 꿈꾸던 자는 도끼 그림자 앞에 섰고, 구원을 갈망하던 자는 흐르는 빛에 떨어졌다.
하늘을 갈망하던 요승은 이성을 잃었고, 창백한 별의 왕좌엔 더 이상 옛 주인이 없으며, 하얀 차르는 탁한 검은 파도 속에 쓰러졌다.
결국 밤꾀꼬리도 노래를 멈췄고, 수많은 이름이 달 아래 세계를 떠나, 사람들이 평가할 과거로만 남게 되었다.
그리고, 등 제작자와의 약속대로, 새로운 달의 여사자는 찬송가를 엮고, 성소와 함께 그것을 묻었다.
백야가 그 시대의 마지막 증인을 씻어낼 때까지, 오직 달빛만이 천 년 전처럼 조용히 흐른다.
「『영원달』이 떨어졌을 때, 천지가 뒤집혔다」
「『무지개달』이 부서졌을 때, 붉은 그림자가 심해 아래로 가라앉았다」
「『서리달』이 멈추었을 때, 열국이 무너져 내렸다」
「『영원함』의 가호를 잃은 세계는 종말을 향해 가리라」
「『새로운 달』이 떠올라, 운명의 물레를 돌릴 때까지…」
「조석을 좇는 이들은 여전히 노래하고 기도하리라」
「왜냐하면 새로운 달의 신이, 오래된 예언처럼 다시 강림할 것이기에」
피로 물든 성
긴 전투 끝에 검게 물든 창. 짙은 푸른 불빛 아래에서 특별한 빛으로 반짝이고 있다
북대륙의 민간 설화에 따르면, 한때 대지에 따스함을
가져다준 참나무왕은 호랑가시나무왕의 가장 사랑받는 동생이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뜻밖의 언쟁 끝에 형의 실수로 목숨을 잃었고, 그 순간부터 세상은 혹한의 지배 아래 놓이게 되었다.
어쩌면 사람들은 이렇게라도 설명하지 않으면 자비로운 왕이 왜 늘 눈보라와 함께 오는지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오직 장수한 요정들만이 녹지 않는 동토가 차르의 지배 기간보다 훨씬 오래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창백한 별의 왕좌에 앉아 요정을 통치하던 하얀 차르는, 극북의 오래된 폐허에서 돌아온 후 말을 잃은 채 침묵에 잠겼다.
그는 하얀 자작나무 숲 깊은 곳에서 한참을 고민하다, 결국 자신이 거절했던 인간들을 위해 문을 열어주었다.
그리고 스네즈나야성의 용광로와 함께 그 얼어붙은 땅끝에 미궁처럼 복잡한 궁전이 건설되었다.
가장 지혜로운 인간들과 요정들이 그곳으로 모여들었으며, 위대한 망상이 맺은 태아 역시 그곳에서 싹트기 시작했다.
그 후 수많은 날과 밤 동안 , 이 분수에 넘치는 궁전을 지킨 자들은 차르 휘하의 신하 중 가장 충성스럽고 용맹한 자들이었다.
그들 중에는 항상 군왕을 따르던 요정도 있었고, 폐하 앞에서 충성을 증명한 인간의 가문도 있었다.
두 형제는 그 가문 내 젊은 세대였는데, 장남은 밤꾀꼬리의 휘장을 이어받아 신성한 .옥좌 곁을 지켰지만
늘 형을 우러러보던 차남은 가문의 이름을 버리고, 변방에서 명예 없는 삶을 살 준비를 했다.
그러나 사적인 욕망이 부른 재앙은 이 오만한 이상을 산산조각 냈고, 그들의 운명마저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충직했던 호위병은 현자들의 비밀을 엿보았다는 이유로, 영력을 가지지 못한 「짐승」에게 먹혀버렸다.(형)
변방을 지키던 동생은 소란을 가라앉히기 위해 달려왔지만 이미 눈으로 뒤덮인 황야에서
원래는 은백색 깃털로 장식되어 있던 장창이 고귀한 피에 검게 물들어 버린 모습을 발견했다.
그로부터 수년이 흐른 후, 가문의 이름을 이어받은 장군은 고향을 버리고 복수를 위해 황량한 변방으로 향했다.
그는 손에 든 장창을 어루만질 때마다, 늘 그 오래된 궁전의 문 앞.
슬픔에 젖어버린 그 눈 내리던 긴 밤으로 돌아가곤 했다. 단두대 위에서 들었던 옛 벗의 말이 그의 귓가를 맴돌았다.
달 아래 세계는 비극의 운명에 속박되었고, 귀로를 잃은 자들은 그들의 고향에서 방황하고 있다.
영원한 밤이 찾아온 순간, 쏟아지는 달빛 속에서 등 제작자는 꺼지지 않는 등불을 들고 망을 보기 시작했다.
금빛 류트
하늘처럼 찬란한 금빛 현으로 만든 류트. 고대 선령의 유물인 듯하다
오래된 궁전의 폐허를 지나 황야의 끝자락에 있는 암스바르트니르 호수에 다다르면, 고요하고 신성한 숲이 펼쳐진다.
그곳에서 금빛 가지를 꺾을 수 있는 자만이, 낮에는 보이지 않는 선령의 왕정을 찾을 수 있다고 한다.
그곳은 천광이 닿지 않는 그림자에 가려진 영역으로, 시간과 공간에게 잊힌 과거의 나라다.
옛 주인은 오래전에 떠나버렸고, 남겨진 것은 오랫동안 관리되지 않은 정원과, 화려함이 사라진 공터뿐이다.
하지만 아무도 없어야 할 궁전에서, 어떻게 된 일인지 어느 소녀의 소리 없는 슬픈 노래가 흘러나왔다.
「하늘의 거장이 금빛 현으로 중생의 운명을 엮었다」
「그것은 하늘의 신성한 계획으로, <따르기만 하면> 온 세상에 행복이 도래할 것이다」
「그러나 무지한 자도 꿈을 꿀 수 있고, 그 꿈속에서 또 다른 미래를 보았으니」
「그녀는 사람들이 하늘에 닿는 탑을 세우는 것과, 고탑의 성인들이 하늘에 반기를 든 모습을 보았다」
「그녀는 산보다 거대한 짐승이 굉음 속에서 대지의 속박을 부수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세 개의 달이 바다를 비추고, 태고의 거대한 용이 물결처럼 솟구치는 것을 보았다」
「이 모든 것은 꿈에서 깨어나는 순간 사라져 버렸다. 마치 존재한 적 없었던 것처럼」
「남은 거라곤, 그 별빛 같은 눈동자가 던진 형용할 수 없는 한순간의 시선뿐이니」
「그것은 사랑인가? 아니면 희망, 야망, 죽음을 향한 욕망이 뒤섞인 망상인가?」
「하지만 이제는 중요하지 않다. 그들의 이야기는 이미 막을 내렸고, 낙원의 피날레로 변했으니」
「과거 가을밤의 매미 소리는 추방자의 노래이자 인류 최초의 노래」
「그들은 모든 형태와 영혼이 머물던 고향을 잃고, 남음 것은 오직 노래와 추억뿐이네」
최후의 가수는 최초의 선령으로, 천사의 홀에 앉아 피날레를 연주했다.
한때 이곳에 침입했던 늑대는 이미 떠났고, 오직 이루지 못한 꿈만이 환영을 쫓고 있다.
달을 엮는 자의 새벽빛
순결한 날카로운 은빛 검. 흐르는 달빛처럼 단단한 갑옷을 뚫을 수 있다. 최초의 달을 읊는 사자가 축복을 내린 성물이라고 전해진다
「네가 늘 알던 그대로, 나의 아일라, 나의 사랑하는 아이야, 내가 가장 아끼는 아이야」
「우리의 혈관에 흐르는 것은 지극히 순수한 은빛으로, 오직 우리만이 서리달의 주인께서 내리신 은총을 받을 수 있단다」
「너는 이방인의 아들과 결혼할 수 없다. 이는 네가 극북의 모든 백성을 위해 낙원의 새로운 주인을 낳을 운명이기 때문이다」
「서리달의 여주인은 이미 은빛의 실로 세상의 모든 길을 짜놓았으니, 만물은 그저 그 실을 따라 춤출 뿐이구나」
그것은 칠흑의 재앙이 아직 변방을 휩쓸기 전, 극북의 제사장이 헛되이 모독이란 어리석은 짓을 반복하고 있을 때였다.
지나치게 신을 공경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세상에 빛을 내린 적 없는, 이미 죽어버린 신을 단 한 번도 믿어 본 적이 없기 때문일까?
(이 둘 사이에는 원래 차이가 없었다. 그녀를 키워준 할머니 또한 그것들을 전혀 구분하지 않으셨다)
젊은 시녀는 덕망 높은 제사장의 명을 그대로 받들며, 늘 충성스럽게 모든 명령을 수행했다.
그 온화하고 자애로운 할머니의 말 속에 어떤 두려운 형벌이 감춰져 있든, 단 한 번도 거역한 적이 없었다.
날카로운 은검으로 어떤 이의 실을 끊어내거나, 한밤중에 어떤 이의 노랫소리를 멈추게 하는 것까지.
그 모든 죄는 달이 내린 성혈을 정화하기 위해서였으니——붉은색을 충분히 마셔야만, 티 없는 순결함을 얻을 수 있다.
「네가 늘 하던 그대로, 나의 아일라, 나의 사랑하는 아이야, 내가 가장 아끼는 아이야」
「그가 너를 믿으니, 너는 네 지혜로 그를 타일러, 그의 마음을 가다듬고, 그를 성소로 인도하거라」
「그 솔로베이라 불리는 사내는 배신자에 불과하거늘, 감히 악행을 저지른 뒤 우리에게 보호를 청하다니」
「그가 이곳에 이르면, 너는 칼로 그의 등 뒤를 꿰뚫어, 그 사악한 실을 끊도록 하거라」
제사장의 말에 돌아오는 것은 늘 그랬듯이 침묵뿐이었고, 순종에 익숙한 자의 침묵은 언제나 승낙과도 같았다.
그 긴 복종은 제사장을 믿게 만들었다. 그 불결한 고통으로 인해 시종이 자신에게 원망을 품었을 리가 없다고.
그렇지 않은가? 신성한 후계자를 낳을 운명을 지닌 축복받은 자가, 어찌 제물이 천년의 계시에 따라 희생된 것임을 모를 수 있겠는가?
그 순수하고 무결한 은빛 칼날이 그녀의 척추를 꿰뚫을 때까지, 극북의 마지막 제사장은 끝내 배신의 근원을 깨닫지 못했다.
「아… 솔로베이 씨의 말이 옳았군요. 당신은 그저 우리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었을 뿐이네요, 로비아 할머니」
「그게 아니라면… 당신의 실이 끊어졌을 때, 어째서 은백의 달빛이 아닌, 붉은 새벽빛이 흘러나왔겠어요」
- 로비아: 아일러 아일라 자매를 세뇌시켜 키운 휘페르보레아의 마지막 제사장 이름.
언제까지고 자신의 명령에 복종할줄만 알았던 아일라가 자신을 배신하리라고 상상하지못했음.
- 아일라: 낙원의 왕을 잉태할 성녀로 예언받은자
예언을 거스르고 서리달의 그릇된 전통을 박살냈으며 휘페르보레아 과거를 거부하고 새로운 달 쿠타르를 예언함.
이전의 서리달부족은 멸망한 휘페르보레아를 재건하자는 세력이 주도했으며 그중심에는 <휘페르보레아 제사장> 이 있었음.
마지막 제사장은 아일라자매를 키운 로비아였음.
아일라는 전통을 끊고 새로운달의 탄생을 기다리며 최초의 < 달을 읊는 사자>가됨.
- 솔로베이:
유력한 귀족가문이나 차남이라 가문을 이어받지 못함. 변방에서 살아가고있었는데 형이 죽으면서 가문을 계승함.
최초의등지기가 되어 여왕에게서 노드크라이 자치권을 얻어냄.
그의 형은 가문을 이어받아 차르의 궁정대신으로 명예로운 귀족으로 살예정이었으나 하얀차르와 라우스방가가 일으킨사태에 휘말려 사망함.
고요한 휘파람
금속 장검. 휘두를 때 침울한 휘파람 소리가 들린다
서리 바람과 안개가 뒤덮인 한림 속에는, 피를 갈망하는 영혼에 얽힌 괴이한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그것은 잔혹하면서도 쉽게 분노하는 악령으로, 숲에 발을 들인 산 자들의 목숨을 앗아 간다고 한다.
북국의 야만적인 병사든, 툰드라에 모여드는 도적떼든
네필헤임의 황량함을 입에 올릴 때면, 언제나 무의식적으로 목소리를 낮추곤 하는데
[니플헤임의 의식용 도구와 염원의 관계에 대한 연구]
주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그 샘플은 나타란티아 외부의 상인이 「신의 눈」이라 부르던 것이라 한다….
…샘플의 작동 원리에 대해 서열 3위와 짧은 논의를 가졌다.
그녀는 매우 흥미로운 가설을 제기했는데,
이 샘플이 니플헤임의 의식용 도구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특정 수단을 사용해서 아직 작동이 가능한
「달의 륜」 (니플헤임의 의식용 도구——
그 세 명의 배신자가 그들의 추종자에게 하사했던… 인간들과의 의사소통을 위해 만든 장난감) 을 확보했다.
이는 등 뒤에서 울려오는 그 깊고도 음울한 낮은 울음소리가, 생전에 듣게 되는 마지막 소리가 될까 두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낮은 울음소리가 악령의 저주가 아닌, 무명 사냥꾼의 칼날 소리라는 것을 아는 이는 드물다.
그는 어떤 기록에도 남지 않은 추방자이자, 일생을 어떠한 이상이나 깃발을 위해서도 싸우지 않은 침묵의 전사다.
혼란한 세계에서 집을 잃고, 차가운 숲에서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던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소라를 증표로 삼던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숲을 어지럽히는 악당들을 베었을 뿐이다.
차가운 금속 칼날이 결코 소라의 메아리를 흉내 낼 수 없듯, 지난날의 시간 또한 절대 되돌아오지 않지만
목덜미에서 솟구치는 뜨거운 색깔은 흉악한 자들의 입을 틀어막아, 그들이 아이들의 평온한 꿈을 방해하지 못하게 했다.
옛 차르와 귀족의 시대에서부터, 새로운 질서의 재건을 모색하던 기나긴 세월에 이르기까지
떠도는 영혼 같은 사냥꾼은 끝내 입을 열지 않았고, 겨울밤 사냥을 위한 호각을 버린 적도 없었다.
더는 보금자리를 잃은 아이들이 얼어붙은 숲에 몸을 숨길 일이 없어지고
늙은 수호자의 마지막 말마저 끝없는 백야의 저편에서 잊혀지자
그제야 사냥꾼은 손에 쥔 장검을 내려놓고, 숲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그 후로 아무도 그를 본 적이 없다.
만능 열쇠
무겁고 예리한 대검. 거의 모든 자물쇠를 힘으로 열 수 있다
세상에 영원히 알려지지 않는 비밀은 드물고, 은밀한 암실에도 언제나 작은 틈은 있다.
아무리 복잡하고 정교한 자물쇠라 하더라도, 주조된 그 순간부터 언제든지 풀릴 가능성이 있으니.
이는 곧 아무리 치밀하게 계산된 계략이라 해도, 결국은 실패에 대한 단서를 남기고야 마는 것과 같다.
자신을 대도의 계승자라 자부하는 소녀에게 있어, 모든 비밀과 장치는 그저 우스운 장난감에 지나지 않았다.
북방의 오만하고 거만한 귀족들부터, 변방의 가식적인 웃음을 띤 거상에 이르기까지
그들이 자랑하는 아무도 열 수 없다던 자물쇠는 언제나 소녀 앞에서 손쉽게 풀렸다.
복잡한 구조일수록 더 취약한 법.
충분한 힘만 있다면, 열리지 않는 자물쇠란 없다.
그렇게 해서 「자물쇠 절단자」라는 악명이 삽시간에 퍼져 나갔고, 가난한 농부의 딸 샨츠코프스카라는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요정 왕공의 후예라 사칭한 소녀는 수많은 보물을 훔쳤고, 마치 진짜 귀족처럼 무료한 사치 속에서 웃고 떠들었다.
원래라면 그렇게 하찮고도 지루한 삶, 더는 그 어떤 일에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삶이어야 했지만——
「사랑스럽고, 오만하며, 우스꽝스러운 사칭범 아가씨, 이 글을 처음 읽는 사람이 바로 너겠지?」
「나는 대공의 보물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어. 그 대도의 이름도 그렇고, 원한다면 그냥 네가 다 가져. 근데 말이야」
「꼭 기억해. 먼저 장치를 해제한 건 나라는 걸. 내 이름과 너의 실패를 함께 마음속 깊이 새기길」
대공의 연회는 마치 세상의 도둑들을 도발하듯, 그 누구도 훔칠 수 없는 보물을 전시한다고 선포했다.
그 오만함을 비웃던 소녀는 손을 씻기 전 마지막으로, 그의 보물을 가져오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이미 누군가가 먼저 다녀갔음을 알게 되었고, 자신을 떠난 자라 칭한 도둑은 벽에 그녀를 분노하게 하는 말을 남겨놓았다.
그때부터 그 뒤를 이은 건, 셀 수 없이 많은 불쾌한 대결과, 그에 따른 수많은 굴욕적인 패배였다.
소녀가 자랑으로 여기던 자물쇠 따는 기술은 어쩐 일인지 단 한 번도, 얼굴조차 본 적 없는 도발자의 실력을 이기지 못했다.
그럴수록 더욱 치욕스러웠고, 치욕스러울수록 더욱 그 숙적의 진짜 모습이 보고 싶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증오스러운, 늘 분노로 그녀의 얼굴을 붉게 만들었던 숙적이 갑자기 자취를 감춰버렸다.
그 뒤에 들려온 거라곤, 그 도둑이 붙잡혀 처형되었다는 소식뿐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도 알 수 없는 이유로 어지러운 무덤들을 파헤쳐, 그 석관을 찾아냈다.
범인의 시신이 담겨 있어야 할 공간은 텅 비어 있었고, 그 속엔 그녀를 비웃는 한 문장만이 남겨져 있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흘러내린 눈물을 닦으며, 소녀는 분노에 치를 떨며 숙적의 교활함을 욕했다.
그리고 평소처럼 남은 생애를 걸어서라도 그의 거짓 죽음에 대한 수수께끼를 풀어내고, 마침내 그를 무릎 꿇리겠다고 맹세했다.
세월이 끝내 그녀가 자랑하던 미모를 앗아가고, 마지막 한숨마저 빼앗아 갔다.
자물쇠 하나를 열 힘조차 없어진 그녀는 마지막으로 그의 이름을 향해 욕설을 퍼붓고는, 그 빈 관 속에 누웠다.
샨츠코프스카 -
<유랑자> 라는 요정귀족출신의 도둑이였던자와 다투던 「자물쇠 절단자」. 가난한 농부의 딸.
진실은 유랑자가 자물쇠절단자의 죄를 대신 뒤집어쓰고 사형당했으며 죽기전 빈관에 문구를 새겼다는것..
그물을 뚫는 화살
합금 활대로 만든 활. 의외로 가볍고, 겹겹의 그물도 화살로 거침없이 꿰뚫는다
세상에 벗어날 수 없는 함정은 드물다. 아무리 촘촘한 그물이라도 바늘로 뚫을 틈은 있다.
사람을 죽이기 위해서 만들어진 장치라고 해도, 갈고리와 새장 사이에는 한 줄기 살길이 숨어있다.
마음을 완전히 닫고 싶어 하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아무리 신중한 경계심이라고 해도 흔들리는 순간이 온다.
궁정에서 자라난 요정에게 거짓말과 위선은 함정보다 백배는 더 위험하다.
귀족들은 부정하게 모은 재물을 영원히 누리기 위해, 함정으로 둘러쌌지만
아무도 살아서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한 곳에서, 민첩한 요정은 단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었다.
복잡한 구조일수록 허점도 많아지는 법.
때만 놓치지 않는다면 모든 장애물을 피할 수 있다.
그리하여 「유랑자」라는 도적의 이름이 퍼져 나갔지만, 아무도 그가 원래 「나쇼킨」이라는 고귀한 성씨를 지녔으리라고는 짐작하지 못했다
지루한 예법과 공허한 사치를 참으며, 그는 담소 속에서 왕공들의 귀중한 보물을 훔쳤다.
원래라면 차분하고 절제된 삶,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는 삶이어야 했지만——
「이봐! 숨어만 다니는 간교한 친구, 용기가 있다면 나와 함께 공작의 만찬에 참석하지 않을래?」
「내기 하자! 너랑 나, 누가 먼저 공작의 진귀한 보물을 훔지는지. 그리고 오직 승자만이 대도의 이름을 잇는 거야」
「잊지 마, 네가 진다면 귀족들의 재물을 진정으로 필요한 이들에게 나눠줘야 해. 그게 진정한 대도의 길이니까」
회피하는 방법을 잘 아는 요정은 처음엔 관여할 생각이 없었지만, 연회에서 한 소녀가 상급자를 향해 내뱉는 비웃음을 우연히 목격했다.
그녀가 귀한 손님으로 위장한 모습은 실로 정교했지만, 허점 또한 크게 드러났다. 이는 그녀가 한 점의 거짓된 감정도 묻어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이어서 「자물쇠 절단자」의 도전을 받아들였다. 승부를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에서 느끼기 어려운 진짜라는 느낌을 한 번이라도 더 느끼기 위해서였다.
파해보다 더 현명한 것은 판에 끼어들지 않는 것이었기 때문에, 우회하는 요정은 늘 우위를 점했다.
분노한 소녀가 패배를 인정하려 하지 않았고, 이번 도전은 귀족의 가장 큰 명예를 빼앗는 일이었다.
그녀는 여왕이 친히 하사한 보물을 훔쳐, 가난한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며, 마음속으로 승리를 확신했다.
멀지 않은 곳에서 요정은 미소를 머금은 채, 아이의 누더기 같은 장난감을 아무도 모르게 귀족의 진열장에 가져다 놓았다.
식이 시작되고 소녀와 귀족은 같이 놀랐다. 그리고 누구의 승리인지는 두말할 필요 없이 명확했다.
다만 이번엔 더는 비천한 자의 도발을 참을 수 없던 귀족이 벗어날 수 없는 죽음의 판을 마련했다.
보물을 훔친 자와 장난감을 넣은 자가 꼭 두 명일 필요는 없다. 요정은 태연히 함정에 발을 들였고, 모든 죄를 짊어졌다.
명성이 자자했던 요정의 성 때문에, 그의 처형은 공개할 수 없었고, 마지막 소원을 청할 수 있게 됐다.
침묵하던 요정이 마침내 입을 열었고, 「빈 관을 하나 준비해 묻어 달라」는 소원은 뜻밖에도 허락을 받을 수 있었다.
요정은 웃으며 높은 성벽에서 몸을 던져 영원한 침묵에 빠졌고, 생사의 판결권을 상급자의 손에서 훔쳐냈다.
그러나 「유랑자」라 불린 그 도둑은, 끝내 죽음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세상에 영원히 알려지지 않는 비밀은 드물다. 그 비밀을 무덤에 묻지 않는 한——
「내 가장 소중한 친구, 이 수수께끼를 평생 풀지 못하길 바랄게」
채굴의 삽
농사용 삽자루를 개조해 만든 창. 겉모습은 평범하나 귀한 장식으로 치장되어 있으며, 소박함 속에 무시할 수 없는 정교함이 숨어 있다
폭우가 몇 번이나 내려야, 한 알의 씨앗이 열매를 맺기에 충분한 물을 얻을 수 있을까?
사람의 일생에서 얼마나 많은 선택을 해야, 행복이라 불리는 궤적을 붙잡을 수 있을까?
신조차 알지 못하는 그 일을, 인간은 평생을 대가로 발버둥 치며 시도해야 한다.
지금, 이 순간 가난한 농부의 아들 소이니 앞에 선택이 놓여있었고, 그는 손에 든 삽을 꽉 움켜쥐었다.
메마른 토지에서 우연히 파낸 보물, 만약 이것을 암시장에서 팔 수만 있다면, 가난이란 운명을 벗어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남루한 자가 보물을 손에 쥔다면 반드시 탐욕의 눈길을 끌겠지만, 혹독한 겨울은 그를 칼끝에 피를 묻히는 선택으로 몰아넣었다.
가난한 농부는 영리하게 먼저 우인단의 제복을 사들였고, 그 위세로 음습한 악의를 물리치고 첫 거래를 성사시킬 수 있었다.
마침내 소이니가 기뻐하던 순간, 내내 뒤를 밟던 검은 그림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다름 아닌, 그에게 옷을 팔았던 도적이었다.
「손에 든 보물을 내놔라! 그렇지 않으면 이 황야가 네 무덤이 될 것이다」 칼날 앞에서 가난한 농부는 순종할 수밖에 없었다.
두 사람은 보물이 묻힌 밭에 이르렀고, 도적의 시선이 까만 척추에 멈추더니 갑자기 기쁨으로 물들었다.
「이건 분명 대도의 유골이야」 떨리는 두 손으로 그것을 떠받든 순간, 그것이 도적 생의 마지막 방심이 됐다.
퍽 소리와 함께, 농부의 삽이 도적을 저승으로 보냈다. 소이니는 이제 다시는 농장에 머물 수 없음을 깨달았다.
피로 물든 보물은 암시장의 가장 높은 곳으로 향하는 위험한 길을 열어줬고, 소이니는 침통한 발 걸음으로 어둠 속을 걸어갔다.
이제 그는, 부의 냄새에 이끌려 모여든 무뢰한들에게 대부라 추앙받았다.
「가장 현명하신 대부님! 당신의 지혜가 우리를 인도하니, 암시장에 당신이 계셔서 정말 다행입니다」
그러나 그 누구도 대부의 화려한 좌석 위에 낡은 쇠삽이 놓여 있는 이유를 알지 못했다.
피비린내 나는 세월 속에서, 그는 이 삽을 늘 곁에 두고 자신을 일깨워야 했다. 도적질에서는 생과 사가 한 끗 차이에 달려있다는 사실을.
하지만 지금은 수많은 재산이 변방의 암초에 묻혀 있었고, 이는 충성과 공포를 살 수 있는 카드였다.
그에게 이제 선택은 더 이상 망설일 필요가 없는 일이 되었다. 그의 위세와 재력은 모든 잘못된 선택지를 지워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오랜 세월이 흘러, 부자는 더 부유해지고 가난한 자는 더욱 가난해졌다. 벗어나기 힘든 흐름이었고, 이게 바라 세계를 움직이는 은밀한 질서였다.
지금의 대부는 그 시절의 가난한 농부보다 더 똑똑하지 않았다. 그의 행위는 농부를 죽이려 했던 도적과 다르지 않았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일까? 나는 삽으로 보물을 파냈으나, 어떤 이는 이 삽으로 인해 목숨을 잃었다」
우연! 모든 것이 그저 우연 때문이란 말인가! 그저 그 순간 행운이 도적이 아닌 나를 찾아왔을 뿐.
수천 번의 선택과, 일생을 바치며 행복을 쟁취하려 했던 갈망조차, 결국 단 한 번의 우연을 이기지 못했다!
소이니는 이 불공평한 질서에 역겨움을 느꼈다. 「이곳에 나의 모든 보물이 있다」
그는 자신의 보물지도를 세상에 공개해, 변방의 사람들이 자신의 능력으로 이 우연을 쟁취하게 했다.
누군가는 얻고 누군가는 패했으나, 소이니는 다른 이들의 승패에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화려한 옷차림에 삽을 손에 쥔 대부는, 리드·밀러가 주장한 정의를 이미 깨달았다.
「만약 이 세계의 질서가 본디 불균형하도록 정해져 있다면, 금은 금으로 모이고 흙은 흙으로 돌아가리라」
「그렇다면 그 불균형을 깨고, 균형을 세울 사람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런 자가 바로 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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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골수의 등불
은은히 빛나는 등불. 뼈마디를 닮은 검은 합금으로 제작되었으며, 어느 비밀 조직이 최고의 보물로 여겼다고 한다
만약 권력이 장엄하고 우뚝 선 건물이라면, 그 무게를 지탱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벽돌이 필요할까?
바위 벽돌은 건물이 되길 원하지 않았는데, 기초가 될 벽돌과 꼭대기에 올라갈 벽돌은 누가 결정해야 할까?
겉으로는 엄격해 보이는 질서라도, 사실 우연이 제멋대로 바위 벽돌의 운명을 재단한 것뿐이다.
그리고 건물의 붕괴는 가장 중요한 그 한 장의 바위 벽돌이 거짓된 구조에 복종하지 않는 순간 발생한다.
「대부의 보물은 암시장 깊은 곳에 있다」 낡은 질서를 깨부수는 성대한 연회가 열렸고, 재물을 노린 도적들이 몰려들었다.
이는 모든 사람들이 모든 사람들을 상대로 겨루는 싸움이다. 가장 치명적인 위협은 대부의 수비가 아닌, 도적들 사이의 약탈이다.
처음 보물 창고 깊은 곳에 발을 들인 것은 한 요정이었고, 세상은 그에게 이익을 추구하고, 위험을 피하며, 타인의 계략에서 멀어지는 방법을 가르쳤다.
그는 사람의 마음을 지도 삼아, 서로 속고 속이는 틈새 속에서 가장 안전한 길을 걸었다. 교활하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 뒤를 따른 것은 한 소녀였다. 소녀에겐 대부가 준비한 수수께끼보다, 요정과의 승부가 더 중요했다.
그녀는 칼날로 모든 자물쇠를 갈라, 가장 간단한 방법으로 정교하다 자칭하는 기교들을 상대했다. 소박하지 않다고 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돌진한 이는 한 사냥꾼이었다. 그는 이 미궁을 겨울보다 잔혹한 사냥터로 여겼고, 한 걸음 한 걸음 신중하게 나아갔다.
인내심은 독으로 물든 함정이었고, 예리함은 피로 얼룩진 칼날이었다. 그는 가장 원초적인 전투로 적을 물리쳤다. 용맹하지 않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요정이든, 소녀든, 사냥꾼이든, 결국 모두 보물 창고의 문 앞에서 패배했다.
검은 옷을 입은 집사가 세 사람을 결박해 차례대로 내부로 인도했다.
「존경하는 대부님, 초대하신 손님들이 모두 입장하여, 명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대부는 태연히 손에 든 뚠뚠 복숭아를 씹으며, 집사가 데려온 손님들에게 말했다.
「너는 세상의 질서를 개의치 않고, 남의 것을 훔치려 했다. 그것이 내가 너에게 상을 주는 이유다」
「소위 질서란, 그 질서를 만든 자만 이익을 취한다. 나는 그 질서에 불만이 있기에, 너희의 도움이 필요하다」
「세상의 질서란 부자는 더 부유해지고 가난한 자는 더욱 가난해지는 것뿐. 그러니 도둑질이야말로 균형을 회복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만약 네가 이제부터 도적에게도 도가 있다는 원칙을 따르려 한다면, 대도의 유골이 지켜보는 앞에서 이 열매를 먹어라」
요정은 어려서부터 귀족들의 공허한 사치에서 벗어나고 싶어 했기에, 대부의 말에 감복하여 풍선귤을 먹었다.
소녀는 원래 상급자의 오만함을 싫어했기에, 주저 없이 고리고리 열매를 삼켰다. 그녀의 이념은 본래 대부와 비슷했다.
마지막으로 낙락베리를 먹은 것은 사냥꾼이었다. 그는 혼탁한 세상과 타협하기 싫어, 차라리 숲에 몸을 숨겼었다.
「훌륭하다. 그럼 질서 과일단은 이로써 계약을 맺었다. 명심하라! 오늘 이후로, 네가 바로 불의에 대항하는 기둥이다」
손님들이 떠나는 것을 바라보며, 대부는 보물 창고 사방의 텅 빈 벽을 어루만졌다.
그는 이미 질서의 건물에서 가장 중요한 바위 벽돌을 빼내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뜻밖의 사건이 일어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배가 아픈 듯 얼굴을 찌푸린 대부의 모습에, 곁에서 시중들던 집사가 미소를 띠었다.
그녀는 태연히 대도의 새카만 척추를 챙겨, 해독용 통통 연꽃을 던진 후 몸을 돌려 떠났다.
「네가 방금 도적들에게 한 말은, 대도의 이념을 드러내는 데 필요했으므로 네 목숨을 거두진 않겠다」
「그러나 진정한 공평이란 질서 아래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도 질서를 만들 수 없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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